She & Him - Volume One
언제들어도 달콤 나른해지는 감성의 음악얼핏 생각하기에 주이 데이샤넬의 팬이니까 당연히 She & Him을 그런 연유로 알게 되었을 것이다라고 미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제가 She & Him을 만나게 된 순간은 주이 데이샤넬에 대한 궁금증과 언제나 그렇듯 좋은 음악을 찾아나선 여정에 접점이었어요. 주이 데이샤넬이 어떤 영화에 출연해왔고 어떤 활동들을 해왔나를 되집어 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그녀가 M.워드와 함께 She & Him이라는 혼성밴드로도 활약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다른 쪽에서는 요즘 뭐 들을 만한 포크 앨범이 없나 관련 앨범을 찾아보던 중 심플한 자켓 디자인과 이름에 끌려 한번 쯤 들어보게 된 음반 역시 She & Him의 앨범 'Volume One'이었던 것이죠. 이렇게 전혀 다른 방향에서 시작된 길이 서로 만나는 경우가 잦은 것은 아닌데, She & Him의 경우는 정확히 그 경우였어요. 다시 말해 She & Him을 단순히 주이의 팬으로서 좋아하게 된 밴드가 아니라 아마도 팬이 아니었더라도 She & Him의 음반은 좋아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얘기죠.

이 프로젝트 밴드의 시작은 마틴 하인즈 감독의 영화 'The Go-Getter'에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주이와 M.워드는 엔딩곡을 직접 듀엣으로 불러보면 어떻겠냐는 말에 녹음을 하게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주이와 대화를 나누던 M.워드는 그녀가 그동안 곡을 써왔고 만들어논 데모들도 상당하다는 걸 알게 되고는 (그리고 데모를 들어보고는) 앨범을 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게 되고 2008년 3월 결국 인디레코드를 통해 'Volume One'을 발매하게 된 것이죠. 이런 배경을 보자면 단순히 영화배우로서 유명세를 이어가거나 홍보목적으로 밴드를 하는 것과는 확연히 차별히 된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하긴 홍보를 목적으로 하거나 유명세를 이어가려고 했던 것이라면 메이저 음반사를 통해 좀 더 팝(Pop)에 가까운 음악을 발표했겠죠. 아직 필모그래피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고 음반도 1장을 발매했을 뿐이긴 하지만, 주이 데이샤넬은 영화배우로서의 자신과 뮤지션으로서의 자신 모두, 각각의 포지셔닝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둘 모두에게서 진정이 느껴지고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진다는 것이죠.
빈티지한 피아노 반주에 주이의 보컬 만으로 시작하는 'Sentimental Heart'는 앨범을 시작하는 곡으로 썩 어울리는 곡입니다. 주이 데이샤넬의 보컬으로서 매력을 잘 압축해서 들려주는 곡이기도 하며 군더더기 없는 She & Him의 음악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곡이기도 하구요. 후반 부의 코러스라인은 얼핏 들으면 거창한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거창하다기보다는 아련한 분위기가 더 물씬 나는 코러스라 할 수 있겠네요. 후렴구인 'What can you do with a sentimental heart?'가 계속 머리 속에 맴도는 곡이에요.
두 번째 곡인 'Why do you let me stay here?'는 파스텔 톤의 색감이 느껴지는 매우 대중적이고도 비트있는 곡입니다. 첫 번재 트랙에 비해 조금 갑자기 빨라진 느낌이 있긴 하지만 앨범을 통틀어 가장 대중적인 곡 중 하나로서 부담없이 즐기기 좋은 템포의 곡이에요. 'This is not a test'는 정말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들 속에서 바로 뛰쳐나온 곡처럼 느껴지는 곡이에요. 마치 주인공이 거리를 막 걷거나 기차를 타거나 버스를 타는 풍경에 배경으로 흐를 법한 곡이랄까요. 하지만 동시에 무대 위에서 탬버린을 치며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이 겹치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죠.
'Change is hard'는 그야말로 말랑말랑 팝이죠. 반복되는 후렴구의 멜로디와 주이의 보컬이 너무 잘 맞아 떨어지는 곡이며, 마치 영화 속에서처럼 파트너와 손과 허리를 부여잡고 블루스를 춰야만 할 것 같은 곡이에요. 나이가 지긋한 카우보이들이 여기저기 걸터 앉아 맥주 한잔을 시원하게 마시며 말없이 즐기는 곡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한없이 나른해 지는 느낌도 좋은 곡이에요. 휘파람 간주가 인상적인 'I thought i saw your face today' 다음엔 'Take it back'이 수록되었는데, 이 곡의 분위기는 또 기존과는 많이 틀려요. 이 곡에서 주이는 굉장히 고전적인 창법으로 노래하고 있고 곡 역시 상당히 고전적인 전개로 진행되고 있죠.
'I was made for you' 역시 매우 고전적인데 훨씬 상큼한 편이죠. 클래식한 코러스 사운드도 그렇고, 당시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아련함이 담겨있어요. 주이의 보컬이 이런 클래식함과 잘 어울린다는 건 앨범 내내 확인할 수 있는 바로서 어쩌면 이 앨범은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이 더 좋아하실 만한 앨범일지도 모르겠네요.
'You really got a hold on me'는 스모키 로빈슨과 미라클스 (Smokey Robinson and the Miracles)의 곡을 She & Him만의 감성으로 다시 부른 곡인데, 기타 반주와 M.워드의 코러스만 곁들여진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적어도 이 곡을 듣고 있는 순간 만큼은 그렇죠.
'Got me'는 완전한 컨트리 곡이에요. 정말 She & Him의 이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어디 하다못해 웨스턴 바라도 가서 바에 앉아 맥주 한잔 정도는 마셔야 될 것만 같은 기분이 계속 듭니다. 이런 비슷한 분위기가 등장했던 영화를 많이 보셨던 분들이라면 더욱 그럴꺼에요. 도저히 도심 속 사무실에 앉아 있는 걸로는 성에 차지 않는 음악들이죠 ^^ 'I should have known better'는 비틀즈의 곡을 커버한 곡인데, 전혀 다른 분위기에 원곡을 잘 아시는 분들이라면 또 색다른 재미가 있을 듯 싶네요. 스틸 기타가 아주 웁니다. 울어.
'Sweet darlin''역시 영화 속 사운드트랙에서 튀어나오는 것만 같은 곡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이 곡이 오히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서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물론 마지막 곡인 'Swing low, sweet chariot'도 너무 잘 어울리지만요. 이 곡은 마치 방안에서 직접 녹음한 듯한 노이즈와 공간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곡인데, 다른 곡들과는 달리 엔지니어에도 주이의 이름이 있는 것으로 봐서 그녀가 예전에 직접 작업했던 데모 중 하나인것 같네요. 조용한 방안에서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같은 방안에서 주이가 직접 들려주는 듯한 착각도 들게 할 정도로 심플한 송가 같은 곡이에요.
데모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앨범의 곡들은 M.워드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 주이 데이샤넬의 쓴 곡으로 채워져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네요(이 정도면 오히려 M.워드가 함께 참여한 셈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스크린 속에서 연기를 하는 그녀의 모습도 너무 아름답지만 배우로서 혹은 셀러브리티로서의 삶에 안주하거나 너무 깊게 빠져들지 않고 자신이 하려는 바(음악)를 세상에는 무심한듯 해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건, She & Him의 'Volume One'앨범은 영화배우 주이 데이샤넬이라는 이름을 완전히 지워도 혹은 그녀를 모르는 일반 음악팬들이 들어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앨범이라는 점이에요. 이 앨범을 듣는 순간 만큼은 언제든 봄이요,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고, 한없이 나른해질테니까요.
글 / 아쉬타카 (zooey.textcube.com)